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귀신이나 악령, 미신과 합리의 충돌. 종교와 신앙. 무구와 더러움. 폭력과 범죄 등 지은이가 갖고 있는 최근의 문제의식이 모두 응축되어 있다. 그러나 그만큼 미야베 미유키 작품으로서는 꽤 고통스러운 전개라는 것도 각오하고 읽기 바란다. 미야베 여사의 에도시대 시리즈를 세상의 봄을 보고나서부터 좋아하게 되었네요. 자기가 바보라고 심지어 이름도 바보라고 지은 아이...불쌍한 태생이지만그 와중에 사랑받고 극복해나가리라 믿습니다. 그 번도 제발 쇼군에게 당하지 않고제대로 살아남길 바랍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외딴집 이라는 작품을 통해 정보 조작, 은폐를 통한 지배와 조종에 대한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외딴집 의 마루미 번 사람들은 정보 조작과 은폐가 유발하는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고, 평화롭던 마을은 큰 소란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 이루어지는 정보 조작과 은폐는 외딴집 에 등장하는 마루미 번 위정자들의 방식은 귀엽게 느껴질 정도로 훨씬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오늘날의 정보 은폐는 ‘정보의 과잉’이라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또한, 거대 권력이나 이익에 좌우되어 포털 사이트 메인화면의 기사 게시가 결정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정보의 우선순위’를 통제하는 것만으로 교묘하게 정보를 제한하기도 한다. 인터넷과 각종 매체의 발달은 우리가 좀 더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만들었지만, 반대로 뜬소문이나 거짓에도 더 쉽게 노출되고, 예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속도로 악의적인 소문이나 거짓을 광범위하게 유포할 수도 있게 되었다. 수많은 거짓 정보들이 하나의 진실을 가리고, 그 거짓 정보들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더 무서운가.
이와 함께 외딴집 은 ‘번의 존속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번 안에 살고 있는 서민들에게 부당한 희생을 강요하는 조직 사회의 비정함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외딴집 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은 비단 에도 시대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사백여 년 전, 일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가 무심해 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바다토끼
파도 밑
귀신 오다
어둠은 흐른다
고독한 죽음
마른 폭포의 그림자
아득한 목소리
죽음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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